명의신탁한 부동산,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시점·유형·소멸시효로 보는 청구 방법

임대환's avatar
Oct 23, 2026
명의신탁한 부동산,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시점·유형·소멸시효로 보는 청구 방법

"사정이 있어서 잠깐 이름만 빌린 거였어요."
명의신탁 상담은 거의 이 말로 시작됩니다. 형편상, 혹은 대출이나 세금 문제로 지인 이름을 빌려 등기를 해 두었는데, 막상 돌려 달라고 하니 상대가 "원래 내 땅"이라고 버티는 상황입니다. 상대가 세상을 떠나 그 가족이 상속 등기를 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흔히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등기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떠올리시지만, 지금 법에서 그 방식이 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 언제 명의신탁을 했는지, 어떤 형태였는지, 그리고 시효가 남아 있는지에 따라 다른 길이 열립니다. 이 세 가지를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1. 모든 판단은 1995년 7월 1일부터 시작합니다

부동산실명법은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날 이후에 한 명의신탁은 약정 자체가 무효입니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무효인 약정을 '해지'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으므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 전에 한 명의신탁은 1996년 6월 30일까지 실명으로 등기를 바꿀 유예기간이 주어졌습니다. 이 기간을 넘겼다면 역시 약정은 무효가 됩니다.

그렇다고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약정이 무효라는 것과 부동산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떤 청구가 가능한지는 명의신탁의 형태에 따라 갈립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배우자나 종중, 종교단체 명의로 한 명의신탁은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같은 목적이 없다면 유효합니다(부동산실명법 제8조). 이 경우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등기를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명의신탁의 세 가지 얼굴

양자간 명의신탁은 원래 내 이름으로 된 부동산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옮겨 둔 경우입니다. 약정과 등기가 모두 무효이므로 소유권은 처음부터 내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소유자로서 상대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거나,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내 앞으로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이라도 불법원인급여는 아니어서 이런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내가 직접 매도인과 계약하고 돈을 냈지만, 등기만 지인 이름으로 받은 경우입니다. 지인 명의의 등기는 무효이므로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나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합니다. 그래서 매도인을 대신해 지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고, 매도인에게 내 앞으로 이전등기를 해 달라고 청구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계약명의신탁은 지인이 직접 매수인으로 나서 계약하고 내가 돈만 댄 경우입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지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갖게 되므로, 나는 부동산이 아니라 내가 준 매수자금의 반환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명법 시행 전에 계약명의신탁을 했고 유예기간이 지났다면, 매수자금이 아니라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으로 보아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건을 맡으면 매매계약서의 당사자 표시, 계약금과 잔금을 누가 어떻게 냈는지, 매도인이 누구를 매수인으로 알고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 세 가지가 명의신탁의 형태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3. 시효가 흐르는 청구, 흐르지 않는 청구

양자간 명의신탁처럼 소유권이 여전히 내게 있다면, 소유권에 기한 말소나 진정명의회복 청구는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습니다.

반면 계약명의신탁에서 생기는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민법 제162조 제1항). 실명법 시행 전의 계약명의신탁이라면 유예기간이 끝난 다음 날인 1996년 7월 1일부터 시효가 진행되어, 원칙적으로 2006년 6월 30일에 완성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그 땅을 계속 경작하거나 그 집에 계속 살아 왔다고 해서 시효가 멈추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3313 판결). 시효를 멈추는 것은 수탁자의 승인입니다. 수탁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인정한 문자나 각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기록이 있다면 그 시점에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소송이나 가압류·가처분도 시효를 중단시킵니다.

소송 전에 챙길 것, 알고 시작할 것

명의신탁은 서면 약정 없이 말로만 한 경우가 많지만, 간접 증거로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매수자금이 내 계좌에서 나간 기록, 등기권리증을 누가 보관해 왔는지, 재산세와 취득세를 실제로 누가 냈는지, 매매계약서의 당사자 표시, 그리고 수탁자가 명의신탁을 인정한 대화가 핵심 자료입니다.

수탁자가 이미 부동산을 팔아 버렸다면, 사정을 모르고 산 제3자는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합니다. 이때는 부동산 대신 돈으로 돌려받는 방향으로 바꿔야 합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면 수탁자가 받은 처분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8다284233 전원합의체 판결). 수탁자가 근저당을 잡혀 돈을 빌렸다면 그 피담보채무액이 반환 대상이 됩니다.

형사고소로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수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양자간: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3자간: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결국 민사로 회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명의신탁자 본인에게도 위험이 있다는 점을 알고 시작하셔야 합니다. 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는 형사처벌과 함께 부동산 가액의 30% 이내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하면 명의신탁 사실이 드러나므로, 이 위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사례로 보면

실제 분쟁을 토대로 각색한 사례입니다.

C씨는 1990년대 초 지인 D에게 돈을 건네 D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 두었습니다. 계약서상 매수인도 D였고, 약속은 말로만 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 D가 세상을 떠나고 배우자가 그 토지를 상속하자, C씨는 "내 돈으로 산 땅인데 왜 남의 상속재산이 되느냐"며 상담을 오셨습니다.

검토해 보니 실명법 시행 전의 계약명의신탁이었고, 유예기간 안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청구는 할 수 없었지만,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으로 돌려 달라는 청구는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문제는 1996년 7월 1일부터 이미 10년이 훌쩍 지났다는 점이었습니다. 다행히 D가 생전에 C씨의 재산세 납부를 도우면서 명의신탁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문자를 남겨 두었습니다. 저희는 그 문자를 수탁자의 승인으로 보고, 그때 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점을 중심으로 사건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1. 명의신탁을 한 시점이 1995년 7월 1일 전인지 후인지

  2. 매매계약서의 매수인이 누구로 되어 있는지, 돈은 누가 냈는지

  3. 수탁자가 명의신탁을 인정한 문자·각서·녹음이 있는지

  4. 부동산이 아직 수탁자 명의로 남아 있는지, 이미 팔렸는지

어떤 청구가 가능한지, 시효가 살아 있는지는 위 사실관계를 맞춰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정리해 법무법인 지헌 임대환 변호사와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의신탁 약정을 서면으로 남기지 않았는데 소송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명의신탁은 말로 한 약정이나 묵시적 합의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매수자금의 출처, 등기권리증 보관, 세금을 실제로 낸 사람, 수탁자와의 관계와 경위 같은 간접 사실을 모아 입증합니다.

Q. 수탁자가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습니다. 형사고소를 할 수 있나요?
A. 현재 대법원 판례로는 명의신탁 부동산의 처분이 횡령죄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면 처분대금을, 양자간 명의신탁이라면 처분 당시 가액 상당을 민사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처분 직후라면 수탁자의 다른 재산에 대한 가압류도 함께 검토하세요.

Q. 배우자 명의로 해 둔 집도 같은가요?
A. 배우자 명의신탁은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같은 목적이 없다면 유효합니다. 이 경우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등기를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혼 과정에서는 재산분할과 맞물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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