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갚았어도 지워지지 않는 3기 연체 이력 — 밀렸다 갚는 상가 임차인의 갱신 거절

임대환's avatar
Nov 05, 2026
다 갚았어도 지워지지 않는 3기 연체 이력 — 밀렸다 갚는 상가 임차인의 갱신 거절

월세를 두세 달 밀렸다가 한꺼번에 갚고, 또 밀리는 임차인이 있습니다. 계약 만료가 다가와 갱신을 요구받는 시점에는 대개 밀린 돈이 없습니다. 임대인은 "지금은 0원인데 거절할 수 있나" 고민하게 됩니다.

답의 열쇠는 '지금의 수위'가 아니라 '지나간 최고 수위'입니다. 다만 그 수위를 재는 방법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같은 ‘3기'라도 재는 시점이 다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3기 연체'가 두 군데 나옵니다.

계약 해지(제10조의8) 는 연체액이 3기에 '달하는 때'입니다. 해지할 당시의 수위를 봅니다. 과거에 3기에 이르렀더라도 해지 전에 일부를 갚아 3기 아래로 내려갔다면 해지 요건은 충족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해지권을 행사할 당시 3기 이상이었다면, 그 뒤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일부를 갚아도 해지권은 원칙적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갱신 거절(제10조 제1항 제1호) 은 3기에 이르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 중 어느 때라도 3기분 연체 사실이 있으면 신뢰가 깨진 것으로 보아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갱신 요구 당시에 3기분이 연체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0다255429 판결). 물이 빠져도 기둥에 남은 최고 수위선을 보는 셈입니다.

띄엄띄엄 세 번이 아니라 '동시에' 3기였는가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월에 한 달 밀리고 곧 갚고, 4월에 또 한 달 밀리고 갚고, 7월에도 그랬다면 '연체 횟수'는 세 번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 시점에 밀린 잔액은 늘 1기를 넘지 않았습니다.

갱신 거절의 기준은 밀린 잔액이 동시에 3기분에 이른 적이 있느냐입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생겼다가 각각 해소된 연체를 단순히 합산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매달 조금씩 덜 내서 잔액이 쌓이다 어느 달에 3개월치가 됐다면, 연속으로 세 달을 안 낸 것이 아니어도 요건을 충족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입금 내역이 아니라 월별 잔액 장부입니다. 매달 발생한 차임, 실제 지급일과 금액, 그 시점의 남은 연체액을 한 줄씩 적어야 최고 수위가 보입니다.

특례기간 연체는 측정에서 빠집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신설된 임시 특례(제10조의9)에 따라, 2020년 9월 29일부터 6개월 동안 연체한 차임은 갱신 거절·권리금 보호 면제·해지 판단에서 연체액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연체 차임에 대한 임대인의 다른 권리, 예를 들어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것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까다로운 것은 충당 순서입니다. 임차인이 연체액 전부에 못 미치는 돈을 냈을 때 어느 연체부터 지워지느냐에 따라 ‘3기 수위'가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특례기간의 연체 차임이 다른 연체 차임보다 후순위로 충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다309337 판결). 임대인이 임의로 특례기간 연체분부터 지운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충당이라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특례 전 연체가 2기 있었고, 특례기간 중 임차인이 2기분을 냈다고 해 봅시다. 이 돈이 특례기간 연체에 먼저 충당된 것으로 보면 특례 전 2기가 남고, 특례 후 1기만 더 밀려도 3기가 됩니다. 하지만 판례대로 특례 전 연체부터 지우면, 특례 후 1기가 밀려도 산정 연체는 1기에 그칩니다. 같은 입금 내역으로도 결론이 정반대가 됩니다.

3기 기록 뒤의 항로도 봐야 합니다

3기 수위 기록이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쓸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이의 없이 재계약하거나 갱신해 줬다면, 임차인은 "그때 이미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다툴 것입니다. 그래서 기록이 생긴 이후 어떤 계약 경위가 있었는지, 갱신 뒤에 다시 3기에 닿은 적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갱신 거절 통지 전에 쓰는 항해일지

  1. 월별 잔액 장부: 임대차 기간 전체의 발생 차임, 지급일, 지급액, 남은 연체액을 정리합니다.

  2. 최고 수위 시점: 잔액이 동시에 3기에 닿은 날짜와 금액을 특정합니다.

  3. 특례기간 분리와 재충당: 2020. 9. 29.~2021. 3. 28. 연체를 떼어내고, 그 기간 전후의 지급액을 법정변제충당 순서로 다시 배분합니다.

  4. 그 뒤의 계약 경위: 3기 기록 이후 재계약이나 갱신이 있었는지, 그때 연체 문제를 언급했는지 확인합니다.

  5. 임대인이 바뀌었는지: 건물을 사서 임대인 지위를 넘겨받았다면, 승계 전 연체를 어떻게 볼지부터 검토합니다.

통지 시기도 놓치면 안 됩니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려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통지해야 합니다. 이 기간에 아무 말이 없으면 묵시적 갱신이 문제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물을 새로 산 임대인도 전 주인 시절의 3기 연체 기록을 쓸 수 있나요?
해지에 관해서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이미 발생한 연체차임 채권은 따로 채권양도를 받지 않는 한 새 임대인에게 승계되지 않으므로, 승계 이후의 연체액이 3기에 달해야 해지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022 판결). 갱신 거절 사유로서의 '연체 사실'도 같이 볼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법원 판단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툼의 여지가 있으니, 매매 때 연체차임 채권 양수 여부와 승계 후 연체 내역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3기 기록이 있는데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해 오면 어떻게 거절하나요?
갱신 거절 의사와 그 사유(언제 3기분이 동시에 연체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 내용증명 등 도달이 확인되는 방법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사유를 막연히 "연체가 잦았다"고만 쓰면 나중에 소송에서 최고 수위 시점을 새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커집니다.

마치며

밀렸다 갚기를 반복하는 임차인 앞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0원인가'가 아니라 '한때 3기 수위에 닿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수위는 입금 내역을 대충 훑어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월별 장부를 만들고 특례기간을 떼어내 다시 계산해 본 뒤에 통지 문구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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