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처분의무 통지를 받았다면, 팔기 전에 확인할 면제 사유와 2026 개정 농지법
어느 날 시청에서 “1년 안에 농지를 처분하라”는 통지서가 날아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아 그냥 두었던 논이든, 언젠가 귀농하려고 사 둔 밭이든, 이 통지서를 받으면 대부분 팔아야 하는 줄 알고 서두르십니다.
하지만 처분의무 통지가 왔다고 반드시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처분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를 정해 두었고, 행정청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통지를 보내는 일도 있습니다. 다만 2026년 농지법이 크게 바뀌면서, 예전보다 통지 단계에서 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통지부터 이행강제금까지
절차는 네 단계로 진행됩니다.
농지 이용 실태조사: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인지 확인합니다.
처분의무 통지: 1년 안에 농지를 처분하라고 통지합니다.
처분명령: 1년 안에 처분하지 않으면 6개월 안에 처분하라는 명령이 내려집니다.
이행강제금: 처분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가 매년 부과됩니다.
2026년 8월 28일부터는 처분명령이 지자체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습니다. 지자체가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명령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처럼 "통지는 왔지만 실제로 처분명령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도 남은 카드가 있습니다. 처분의무 기간인 1년 안에 직접 농사를 시작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와 매도위탁계약을 맺으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받을 수 있습니다(농지법 제12조).
처분하지 않아도 되는 다섯 가지
① 상속받은 농지 1만㎡ 이하. 상속으로 취득한 농지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1만㎡까지 소유할 수 있습니다(농지법 제7조 제1항). 대법원은 이 범위의 상속농지에는 처분의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두65357 판결). 다만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증여받은 농지에는 이 예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② 시행령이 정한 정당한 사유. 질병, 징집이나 소집, 취학, 3개월 이상의 국외 체류, 자연재해로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경우 등이 해당합니다(농지법 시행령 제9조).
③ 적법한 임대나 위탁. 농지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임대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해 임대했다면 처분의무가 없습니다. 계약서만 있고 실제로는 방치되어 있다면 인정받기 어렵고, 법이 허용하지 않는 임대차는 오히려 처분 사유가 됩니다.
④ 적법한 전용·개발허가. 농지전용허가나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 없는 미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사안마다 결론이 다를 수 있습니다.
⑤ 제3자의 무단점유. 다른 사람이 농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어 내보내려고 다투는 동안 농사를 짓지 못했다면, 정당한 사유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법원은 이를 엄격하게 판단하므로, 점유 기간을 보여 줄 현장 사진, 내용증명, 소송 기록을 갖춰야 합니다.
반대로 허가 없이 건물을 짓거나 주차장으로 바꾼 땅은 여전히 '농지'로 봅니다. 원상복구해야 할 일시적 상태에 불과하다는 것이 판례이므로, "지금은 농지가 아니다"라는 주장으로는 처분의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상속농지, 2028년에 달라집니다
지금은 상속농지 1만㎡ 예외가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2026년 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농지법은 상속인과 이농자의 농지 소유 상한을 없애는 대신,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해 임대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를 따르지 않고 농지를 놀리면 1년 안에 처분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2028년 6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미 상속받은 농지에 어떤 경과조치가 적용될지는 시행령과 부칙이 정해져야 확실해집니다. 지금은 처분의무가 없더라도, 앞으로 몇 년 안에 위탁이나 임대를 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시계가 돕니다
처분의무 통지는 그 자체로 독립한 행정처분입니다. 그래서 통지를 받은 단계에서 다툴 수 있고, 기한도 있습니다. 통지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행정심판이나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통지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증명해 무효를 주장하는 방법만 남는데, 요건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이행강제금은 처분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해마다 반복해서 부과됩니다. 땅값이 그대로라고 단순하게 계산하면, 4년이면 땅값만큼을 이행강제금으로 내는 셈입니다. 처분명령 단계까지 기다리지 말고 통지 단계에서 대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례로 보면
실제 사건을 토대로 각색한 사례입니다.
E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형제들과 협의분할로 경기도의 논 900㎡를 물려받았습니다. 직접 농사지을 형편이 아니어서 그대로 두었는데, 어느 날 시청에서 1년 안에 처분하지 않으면 처분명령을 내리겠다는 통지서가 왔습니다. E씨는 처음에 그냥 팔아야 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취득 원인은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었고, 면적은 1만㎡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현행법상 처분의무가 생기지 않는 농지였던 것입니다. 저희는 통지를 받은 지 90일이 지나기 전에 취소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2028년 개정법 시행에 대비해 농지은행 위탁도 함께 검토하도록 안내해 드렸습니다.
통지서를 받으면 바로 확인할 것
등기부상 취득 원인이 상속인지 증여·매매인지
상속농지라면 전체 면적이 1만㎡ 이하인지
임대차·위탁계약이 있는지, 실제 이용 상태와 맞는지
질병·국외 체류·무단점유처럼 농사를 못 지은 사정을 보여 줄 자료가 있는지
통지를 받은 날짜, 그리고 90일 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처분의무 통지를 받았다면 기한이 지나기 전에 법무법인 지헌 임대환 변호사와 상의해 대응 방향을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지를 받은 뒤에 농사를 시작하면 처분의무가 없어지나요?
A. 통지가 적법했는지는 통지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그 뒤에 농사를 시작했다고 통지가 위법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1년의 처분의무 기간 안에 직접 농사를 시작하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실하게 경작한다면 이 유예가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Q. 이행강제금은 얼마나 나오나요?
A. 처분명령을 받고 6개월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가 매년 부과됩니다. 처분할 때까지 반복해서 부과되고, 내지 않으면 재산이 압류될 수 있습니다.
Q. 증여받은 농지도 1만㎡ 예외가 적용되나요?
A.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예외는 상속과 유증으로 취득한 농지에만 해당합니다. 증여받은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거나 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임대·위탁해야 처분의무를 피할 수 있습니다.